내 눈에 맞는 안경 쓰고 계세요?… 5명중 1명 엉터리 착용 자꾸만 눈이 충혈되고 착용해 온 안경이 불편한 것 같아 최근 라식 수술을 결심한 김모(25·여)씨. 안과를 찾아 수술 전 정밀 검사를 통해 교정시력을 측정한 김씨는 크게 놀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안경의 도수보다 2디옵터 더 낮게 나왔기 때문. 의사는 그동안 김씨가 제 시력보다 더 높은 도수의 안경을 써 왔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때마다 자주 눈이 피로해지는 것을 느꼈던 것도 과교정된 안경 때문이었다.
국내 근시 유병률은 53%. 국민 2명 중 1명이 근시란 얘기다. 대한안경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가까이(47%)가 시력 교정 수단으로 안경을 쓰고 있다. 이들은 제 눈에 딱 맞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을까? 누네안과병원이 최근 3개월간 근시로 안경을 쓴 1005명의 시력을 검사한 결과, 18%(182명)는 자신의 시력과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5명 중 1명꼴은 엉터리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안경 도수가 필요 이상 높게 '과교정'됐거나 반대로 낮은 '저교정'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근시를 과교정하게 되면 원거리 시력은 좋아질 수 있지만 근거리 시력은 떨어진다. 반대로 저교정하면 원거리 시력이 저하되고 근거리 시력은 향상된다.
문제는 근시인 사람이 과교정된 안경을 착용해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저교정의 경우 흐릿하게 보이므로 알아차리고 다시 교정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과교정된 안경을 착용하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잘 보이는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교정된 안경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알기 어렵다. 과교정된 안경을 쓰면 '조절성 안정피로'가 생길 우려가 크다. 누네안과병원 최태훈 원장은 "과교정은 가까운 거리 시력을 저하시켜 컴퓨터나 독서 같은 근거리 작업을 할 때 본인도 모르게 눈에 필요 이상의 힘을 주도록 만든다"면서 "이 경우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충혈되거나 두통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기 아이들이 과교정된 안경을 착용하면 시 기능 발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약시가 있을 경우 더 심한 약시로 진행한다. 또 12세 이하 어린이들은 한 눈을 가리면 가려진 쪽 눈이 안으로 몰리는 사위가 생길 수도 있다.
눈의 긴장과 조절을 풀어주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시력을 측정하기 어렵다. 성인은 과음한 다음날 혹은 피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져 과교정될 수 있다. 동공의 크기도 과교정에 영향을 준다. 너무 밝은 환경에서 시력검사를 받으면 동공이 작아져 과교정되기 쉽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TV나 책 등을 가까이서 많이 보기 때문에 수정체의 조절 근육이 무리하게 돼 '가성 근시(일시적 근시)'가 되기도 하는데, 이 상태에서 시력을 측정하면 과교정된 안경을 쓰게 된다.
따라서 가급적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긴장을 풀고 시력검사에 임해야 한다. 안경 착용 후 계단이 휘어 보이거나 바닥이 낮아 보이는 현상이 지속되면 과교정된 상태이므로 다시 교정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빨간색과 초록색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을 때 초록색이 더 강하게 잘 보이면 과교정을 의심해야 한다.
과교정을 막고 정확한 시력검사를 위해서는 자동 굴절검사와 수동 굴절검사가 모두 가능한 안과를 찾는 것이 좋다. 두 가지 검사법으로 측정된 도수를 서로 비교해 자신의 시력에 맞는 안경을 처방받아야 한다. 최 원장은 "사위, 사시가 있거나 성장기 아이들은 수축된 수정체의 조절 근육을 풀어주는 조절 마비제를 투여한 후 시력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 안경점에서 주로 실시하는 자동 굴절검사로는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력검사는 성인의 경우 1년에 한번씩, 노안이 시작되는 40세 이후에는 6개월마다 받는 것이 좋다. 또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의 아이들도 6개월마다 시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백내장, 안구건조증, 망막질환이 있을 때는 도수의 변화가 있으므로 무작정 안경 처방을 받아서는 안 되며, 안과 치료가 끝난 후 시력을 측정해 안경을 맞춰야 한다.